인수제안가 장부가격 상회한 듯
매각 완료되면 현대그룹 자구안 100% 초과 달성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일본계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될 전망이다.

현대증권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30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주축이 돼 구성한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퀴티(PE)코리아(이하 오릭스P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릭스PE와 함께 본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그룹은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제안서를 제출한 오릭스PE와 파인스트리트를 상대로 인수가격과 향후 경영계획 등 비가격조건을 심사해 이처럼 결정했다.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된 지분은 현대그룹이 보유한 지분 22.43%와 동반매각권을 가진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9.54%) 지분, 나티시스은행(4.74%) 지분 등 총 36.9%이다.

시장에서는 오릭스PE가 1조원 가량을 인수제안가로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당 매입가격이 장부가인 주당 1만1천500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 주요 금융그룹인 오릭스는 자산규모가 92조원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7월에도 현대그룹 물류부문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한 바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도 일찌감치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KT렌탈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대증권 인수에 공을 들였다.

오릭스는 현재 국내에서 OSB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운영하는 등 국내 금융업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부회장을 지낸 조건호 회장이 이끄는 파인스트리트는 의욕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 기업들이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초기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나 본입찰이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인수가가 장부가를 웃돈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이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부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인수가가 결정돼 헐값 매각 논란이 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릭스PE는 3월 중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거쳐 5월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그룹도 산업은행 등과 협의해 3월까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5월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3조3천억원의 자구안 발표 후 1년여 만에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은 3월 25일까지 유상증자로 약 2천400억원을 추가 조달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9천700억원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2천500억원), 컨테이너 매각(1천225억원), 신한금융·KB금융·현대오일뱅크 등 보유 주식매각(1천71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천803억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6천억원) 등을 이행했다.

현대그룹 측은 “당초 자구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목표액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면서 "흑자경영을 정착시키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그룹의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옥철 기자 pan@yna.co.kr,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