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 신라섬유는 지난 12일부터 27일까지 12거래일 중 11거래일이나 상한가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이나 눈에 띄는 사업상 호재는 없었다. 이상과열이 이어진 탓에 거래가 정지된 지난 20일을 제외하곤 상한가 행진이 2주 넘게 계속됐다. 결국 한 달도 안 돼 5배 가까이 급등했던 주가는 28일 하한가로 추락하며 급제동이 걸렸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묻지마 급등’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좁은 틈의 열점(熱點·hot-spot)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분출되는 것과 비슷하게 소수 특정 종목만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獨走하는 정치테마·묻지마 급등주…毒株될라
○급등락 조회공시 5배 증가

주가 급등락으로 거래소가 요구한 조회공시 건수는 올 들어서만 30건에 이른다. 지난해 1월(6건)보다 5배 늘었다. 테마주에 쏠리고 소문에 흔들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등주에 몰리면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더 커졌다.

정치테마주와 유통물량이 적은 일명 ‘품절주’가 열점의 중심이다. 인터넷 및 케이블TV 방송 서비스 업체 씨씨에스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올 들어 143.75% 상승했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보성파워텍도 같은 기간 26.02% 올랐다. 신성이엔지는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총리후보 발표 직후인 23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 중에서도 ‘품절주’가 속출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3.54%에 달한 신라섬유가 대표적이다. 최근 급등한 세기상사삼화왕관 신라에스지 부산방직 등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50% 넘는 주식을 갖고 있다. 문제는 적은 물량에도 주가가 출렁이는 만큼 하락시점과 폭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기상사는 최근 8거래일간 다섯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28일 하한가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에도 한 달 만에 2배로 뛴 후 폭락했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자회사 넥슨지티도 실적이나 업종 전망과 관계없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 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무관한 쏠림현상에 대해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4분기 실적 발표까지 앞두고 있어 경기민감 대형주를 회피하려는 경계감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마보다 실적, 수급 고려”

업종 전망이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등 종목의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일시적인 매력이나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면 급등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업종 내 소외됐던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익 전망치가 오름세를 보이는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펄펄 끓고 있는 코스닥시장 투자는 종목 선별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 심리가 취약한 개인투자자가 많은 데다 최근 단기 급등한 만큼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동시에 유입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관심의 폭을 좁히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