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여간 주가가 급등락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기업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저물가로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불확실한 소문에도 주가가 쉽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거래소로부터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기업은 총 48개로 1년 전 같은 기간(20개)보다 140%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8개에서 19개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2개에서 29개로 각각 늘어났다.

상승폭도 예전보다 더 두드러졌다.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기업이 37개에 달해 1년 전 11개의 3배를 웃돌았다. 종합유선방송업체 씨씨에스, 무전기 등을 만드는 백금T&A, 영화관을 운영하는 세기상사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최근 며칠 새 50~100% 치솟았다.

해당 기업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작거나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종목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정책테마주 효과, 인수합병설 등 확인되지 않은 풍문으로 주가가 움직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회사 매각과 자금조달 시도가 증가한 점도 주가 급등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48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낸 기업이 30개였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의 비중이 전체의 62%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기업들이 여러 시도에 나서고 정부가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성급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호재에 목마른 심리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 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