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용 상장사協 회장

경영권 안정돼야 아이디어 구현
투자유치→신사업 '벤처 선순환'
차등의결권 도입해 해외이탈 방지
독소조항 '3%룰' 폐지에 힘쓸 것
"中 알리바바가 왜 美에 상장했겠나…마윈, 경영권 위해 '차등의결권' 찾은 것"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상장한 이유는 딱 하나예요. 지분율이 낮은 마윈 회장이 상장 후에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차등의결권제도’가 있는 미국 뉴욕 증권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69·인지컨트롤스 회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유수기업을 한국 증시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기업을 막으려면 반드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제도란 의결권 수가 서로 다른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 증권거래소들은 경영자에 대해 통상 1주당 10~100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덕분에 알리바바 지분 7%를 보유한 마윈 회장은 소프트뱅크(34%) 야후(22%) 등 지분을 훨씬 많이 가진 주주가 있어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황금주’ ‘포이즌필’ 등과 함께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입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최대주주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의 벽에 막히면서 무산됐다.

정 회장은 차등의결권제도가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벤처창업자들이 원하는 건 높은 지분율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경영권”이라며 “하지만 외부 투자를 받으면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에 꼭 필요한 투자 유치마저 꺼리곤 한다”고 지적했다.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신사업 개발→투자 유치→사업 확대→신사업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최근 국회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오랜 설득 끝에 당초 올 연말이었던 섀도보팅 폐지 시점을 2017년 말로 3년 늦추는 데 성공했다. 그는 그러나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3년 뒤에는 올 연말과 비슷한 ‘주주총회 대란’ 문제가 또다시 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표결한 찬반 투표 비율을 불참 주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정 회장은 섀도보팅 폐지를 유예받은 3년 안에 ‘3% 룰’과 ‘의결정족수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규제만 바뀌면 섀도보팅이 폐지돼도 상장사들이 주총 안건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3% 룰이란 상장기업이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만 인정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의결정족수의 경우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주주총회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보통결의 기준)’으로 안건을 쉽게 통과시키는 데 반해 한국은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과 참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해 의결이 까다롭다. 정 회장은 “상장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상헌/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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