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신규상장이 줄을 이으며 연말 공모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대박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새로 상장한 41개 종목 중 12개 종목의 주가가 이 공모가격을 밑돌고 있다. 20개 종목은 거래 첫날 형성된 시초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종목별 실적이나 업황 탓도 있지만 전반적인 공모주 청약 과열로 공모가가 적정가치보다 높게 책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내기주 절반 수익률 울상

"대박 꿈 꿨는데"…새내기株, 4개 중 1개 손실
지난 8월 코스닥에 입성한 감마누의 공모청약 경쟁률은 1389 대 1을 기록했었다. 올해 최고 경쟁률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1만1000원)의 2배인 2만2000원으로 출발했다. 3일 감마누 종가는 1만3500원이다. 시초가 대비 38.6% 하락했다.

한 달 전인 7월에 상장한 트루윈도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었다. 현재 트루윈 주가는 상장 첫날 시초가(1만7000원)는커녕 공모가 1만500원의 절반 수준(5620원)에 머물러 있다. 이 밖에 덕신하우징(-62.26%) 데브시스터즈(-51.06%) 공모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반토막난 주가에 속을 끓이고 있다.

슈피겐코리아(98.11%) 메디아나(55.57%) 인터파크INT(39.61%) 등 높은 수익률을 거둔 종목도 있긴 하다. 그러나 새내기주의 절반가량이 출발선에서 뒷걸음질 쳤다. 특히 씨에스윈드는 지난달 27일 상장 첫날 하한가로 떨어져 나흘 연속 하락하며 공모가 대비 31.6% 떨어졌다. 상장 이후 한순간도 공모가격을 넘어선 적이 없다.

○시장 과열, 공모가 적정했나

새내기주의 부진은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게 산정된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씨에스윈드의 경우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예상 가격대의 최상단인 4만3500원에 결정됐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구주주 물량 등 잠재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부각되며 상장 후 하락하는 종목도 있지만 공모가격 자체에 거품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초가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달 증권선물위원회는 상장 첫날 공모가 2배로 대량 매수주문을 내 시초가를 조작한 전업투자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의 최고 200%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상장일 오전 8~9시 사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이다. 일반 투자자를 유인해 가격을 높인 후 매수 주문을 취소하고 공모주를 고가에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청약을 하거나 혹은 신규 상장주를 매수할 때 청약경쟁률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공모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자금이 몰리면,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공모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높은 공모경쟁률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진 않는다”며 “시초가가 급등으로 출발하는 경우 상장일이나 상장 다음날 일단 매도해서 이익 실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