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사상 최고가 기록을 써온 호텔신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8월 13만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8만원대로 떨어졌다.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4분기엔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면세점업계의 경쟁 심화와 면세점에 치우친 사업구조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환율 상승 등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텔신라, 면세점 경쟁 심화 vs 4분기 전망 더 밝아
○경쟁 심화 우려에 주춤

1일 호텔신라는 2.01% 떨어진 8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5.89% 뒷걸음질친 데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8월까지 호텔신라 주가는 상승을 거듭했다. 지난 7월엔 상장 후 처음 10만원을 돌파했고 8월엔 사상 최고가(13만3500원)를 찍었다. 연초 대비 2배 이상 뛴 주가다.

그러나 9월 초 대기업 면세사업자의 영업이익 15%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부과하는 법 개정안 추진에 상승세가 꺾였다. 여기에 서울 제주 부산 등 시내 면세점 사업권 추가 허가 가능성도 우려를 더했다. 9월 이후 외국인은 1833억원, 기관은 4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석 달간 주가는 25.4% 떨어졌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시내 면세점을 추가 허용하고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철폐하겠다고 밝히면서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등 유통 대기업의 면세점 진출과 사업 확대가 가능해졌다”며 “면세점 사업 내 잠재적인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눌렀다”고 말했다. 백화점, 아울렛이 있는 롯데와 달리 면세점 사업에 치우친 사업구조도 우려를 더했다. 올 3분기 기준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89.5%는 면세유통사업에서 나왔다. 호텔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불과하다.

○“지나친 우려” 목소리도

급격한 주가 하락에도 지난달 이후 호텔신라의 목표가를 내린 증권사는 없었다. 탄탄한 실적 때문이다. 올 3분기 호텔신라는 8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에 5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다. 4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처음으로 14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증가로 호텔신라의 10월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최소 50%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임시 연휴 효과로 11월도 증가세가 지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올 하반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국내외 영업점 증가로 추가적인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며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한 국내 면세점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 업체”라고 설명했다.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관세청이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한 것도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익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