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투자 해보니下]中 대륙증시 빗장 풀렸다…"A주 투자, 생각보다 쉽네"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水+扈港通)' 제도가 오는 17일 시행된다. 그간 굳게 닫혀 있던 중국 대륙 주식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후강퉁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본토 A주 종목에 대한 정보 부재, 환전 및 세금 문제, 매매 규모 제한 등 복잡한 투자 방법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후강퉁 투자를 진행해야 할까. <한경닷컴> 기자가 직접 A주를 매매하며 후강퉁 투자 방법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편집자주]

"드디어 시행이 되네요. 오래 전부터 후강퉁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왔지만 오늘 아침 창구가 열리지마자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는 걸 보니 실감이 납니다. 중국 대표기업들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은 국내 증권사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A증권사 관계자)

'후강퉁 시대'가 열린 17일 오전. 증권사들의 영업 창구에는 후강퉁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왔다.

일부 고객은 직접 창구를 방문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A주에 투자하는 방법을 물었다. B증권사는 기존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위안화 환전 시스템을 이용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기자도 상하이증시로 향하는 투자자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오전 10시 증권사 HTS를 실행했다. 상하이증시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다. 상하이증시가 열리기 30분 전 후강퉁 투자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과정으로 위안화 환전과 매입할 종목 및 수량을 확인했다.

◆ '매수' 버튼 누르기 30분 전, '확인 또 확인'

위안화 환전은 미리 해뒀다. 매수할 종목과 수량을 정해 놓고 증권사 환전 시스템을 통해 넉넉히 위안화를 준비했다. 총 환전한 금액은 7500위안(한화 약 136만원). 원·위안 환율 181.68원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이다.

위안화 환전 금액을 확인한 후 HTS에서 매입할 종목과 수량을 체크했다. 지난 주 종가가 1주당 37.15위안인 중국 대표 내수주를 37위안에 사기로 하고, 수량 창에 200주를 입력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입력 사항을 확인했다.

후강퉁 투자에 앞서 확인에 확인을 거치는 이유는 정정 주문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취소 주문은 할 수 있지만 주문을 정정할 순 없어 사전에 꼼꼼히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당일에 주식을 사서 그날 주식을 파는 '당일매매'가 불가능하다.

투자 규모에도 제한이 있다. 일일 총 순매수 가능 금액은 130억위안(약 2조3334억원)이다. 총 순매수 규모가 130억위안을 넘어서면 매수 주문이 되지 않는다.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매수' 버튼을 클릭했다. 연말 휴가를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온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어서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기분 좋게 이날 매수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을 경우의 수익률부터 계산해 봤다. A주의 하루 상하한가폭은 ±10%다. 37위안 짜리 A주를 200주 매입한 종목이 10% 상승하면 환율 변수를 제외하고 520위안 가량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 매매 수수료(0.3%)와 인지세(매도 시 0.1%), 양도소득세(연간 250만원의 기본 공제를 뺀 금액의 22%) 등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7%인 셈이다.

◆ 후강퉁 門 열렸다…"장기 투자가 유리"

이날 오전 10시30분 후강퉁 문이 열리자 중국 증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후강퉁 시행 첫 날을 맞은 중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오전장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98포인트(0.69%) 상승한 2495.80을 기록했다. 상하이A주와 상하이B주도 각각 0.68%, 1.04% 상승했다.

오전장 가장 상승률이 높은 A주는 식품업체 메이화생물이었다. 메이화생물은 장중 상승폭을 키우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다퀸철도, 징운통, 톈진항, 샤먼국제무역, 톈진하이테크 등도 각 4~8%씩 뛰었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철강업체인 네이멍구바오강강롄과 싱예증권, 중신증권, 농업은행 등 증권·금융주였다.

이날 기자가 매입한 종목은 상승 출발했지만 이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 반전했다. 장중 1% 넘게 빠지던 주가는 다시 낙폭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후강퉁 투자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당일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타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환율 변동 및 매수 규모 제한 등도 단기 투자를 어렵게하는 변수다.

조지연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 팀장은 "중국 A주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투자보다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며 "내년 당일 사서 당일 팔 수 있는 '데이트레이딩'이 가능해지면 단기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진호 유안타증권 온라인기획 팀장은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에 초첨을 맞춰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올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 한국 기업들과 비교해 상승세가 기대되는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방향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