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후강퉁 개막에 외국인 자금 '썰물' 우려…역발상 투자전략은?
17일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가 시작되자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후강퉁이 세계 자금을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적인 악재를 우려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중국 증시 '편애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후강퉁 지뢰'를 피할 수 있는 업종을 추려낼 것을 조언했다.

후강퉁 시행 첫 날인 이날 오전 10시 51분 현재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58억 원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갈팡질팡하는 양상이다.

반면 이날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13% 상승한 2506.86으로 개장하면서 2500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날부터 후강퉁을 통해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문턱은 낮아졌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중국 상하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금은 물론 국내에 들어올 세계 자금이 중국으로 쏠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가 세계 증시의 '거물'로 뜨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 14일엔 중국 재정부가 상하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자본차익 과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밝히면서 매력도를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A주가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 펀드는 한국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규모는 15억~20억 달러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당분간 상하이증시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며 후강퉁 시행 1~2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익 측면에서도 중국 상하이 상장 기업들에 밀린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치 대비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예상치를 하회했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 역시 "후강퉁 시행에 따라 수급 교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이 수급을 견인하는 강한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업종을 가려낼 것을 조언했다.

오 연구원은 "보험과 에너지 업종의 경우 한국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화학, 금속, 호텔, 정보기술(IT)하드웨어의 경우엔 한국의 이익증가율이 양호한 업종으로 꼽았다.

오 연구원은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후강퉁으로 인한 수급 공백에서 피해가 적은 업종이라고 판단된다"며 "오히려 중국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후강퉁으로 인한 외국인 수급 공백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연말 쇼핑시즌에 주목할 것으로 주문했다. 그는 "후강퉁에 쏠렸던 외국인의 관심은 연말 쇼핑시즌 성장동력(모멘텀)을 통해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말 쇼핑시즌에 따른 계절적 민감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 IT 관련 제품이고, 때마침 국내 IT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며 "미국 소비지출의 계절성은 국내 IT업종과 코스피의 반등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