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7일오전 11시16분

NH농협증권 BS투자증권 우리선물 현대선물 등 4곳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직접전용주문(DMA) 서비스를 편법으로 제공해 오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5년간 2400조원 규모의 선물·옵션을 거래했으며, 적발된 4곳은 총 700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마켓인사이트] 증권·선물社 4곳, 700억 벌자고…외국인에 DMA 통째로 넘겼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 증권·선물사는 DMA의 관리·통제권한 일부를 외국계 투자자에 넘겨 운용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각각 기관경고·기관주의 및 임직원 감봉 등 중징계를 사전 통지받았다.

○관리권한 내주고 700억원 챙겨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KB투자증권 NH농협증권 신영증권 BS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유진선물 현대선물 우리선물 등 8곳의 DMA 관리를 집중 검사했다. 당국이 증권·선물사의 DMA 관리 현황을 검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곳 중 일부는 2009년 7월부터 5년간 외국 투자자가 DMA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사 방화벽을 우회하거나 방화벽을 원격으로 관리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주문 실수나 이상 거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호주 유럽 등의 헤지펀드를 비롯한 10여곳은 2400조원 규모의 거래를 했고, 증권·선물사 4곳은 7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면허없는 운전자에 차 열쇠 준 꼴”

2010년 11월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도이치증권이 대규모 주식 매도물량을 쏟아내 투자자들에게 1400억원의 손실을 입힌 사건이나 지난해 KB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의 지수선물 주문 실수, 한맥투자증권 착오 주문 사고 등도 DMA 관련 감독이 허술해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메리 샤피로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통제되지 않는 DMA 주문은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자동차 열쇠를 주고 혼자 운전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회사 자율에 맡겨뒀던 DMA 관련 내부통제 제도를 2012년 3월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에 포함시켜 법제화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 DMA 서비스를 통해 선물·옵션 주문을 내면 증권사가 직접 호가의 적절성이나 주문 수량, 투자금액이 적합한지 등을 사전 점검토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문을 잘못 내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수익을 챙기기로 작정했다면 이번에 적발된 4곳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져 문을 닫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거래 관련 주문이 잘못 들어갈 경우 증권·선물회사가 먼저 책임을 지고 결제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제재를 받게 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원의 단순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며 “소형사만 검사 대상에 넣어 적발한 것 같아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 직접전용주문(DMA)

direct market access. 증권사 딜러의 주문처리 작업을 거치지 않고 증권사 시스템을 통해 바로 한국거래소로 주문이 전달되는 방식. 전용선을 통해 매매 주문을 하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확률적으로 똑같이 주문을 내더라도 체결 가능성이 높다.

안대규/오상헌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