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적자폭 준다는데…"매수 시점 헷갈리네"
2011년 4월 현대중공업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다음이었다. 당시 시총은 41조원대였다. 27일 현대중공업의 시총은 7조8280억원, 순위는 36위로 밀려나 있다. 3년6개월 전 49위로 비교 대상도 안 되던 아모레퍼시픽(14조304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업황 부진이란 ‘암초’는 조선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의 선체에 ‘1조원대 분기 영업적자’라는 구멍을 냈다. 오는 30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현 주가가 저점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매수 시점을 두고는 엇갈린다. ‘3분기 실적을 확인한 후 결정하라’는 신중론과 ‘이미 실적 예상이 반영돼 주가가 바닥’이라는 매수론이 팽팽하다.

◆‘2분기 악몽’에 3분기도 긴장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후 27일까지 38.9%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당시 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지만 실제 적자 규모는 30배를 웃돌았다. 1조원대 분기 영업손실은 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3분기도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적자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는 1325억원 적자다. 2분기 실적 발표 직전만 해도 735억원 흑자였던 3분기 실적 추정치는 적자로 돌아섰고,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2분기 실적 충격 여파에 전문가들은 3분기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2930억원, 4분기도 81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3분기 실적 발표와 공사손실 충당금 규모를 확인한 후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유가 약세 지속 여부와 세계 경기 둔화, 새로운 경영진의 수주 및 회계정책 변화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여전히 단기 실적이 불확실한 만큼 매수 시점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로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 진행 중인 임금 및 단체협상도 변수로 꼽힌다.

◆실적부진 반영…저가매수 기회

올 3분기 적자 지속 전망에도 27일 현대중공업은 2.94% 오른 10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최근 조선주들의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안을 최종 승인한 삼성중공업은 7.24%, 대우조선해양도 7.57%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주가 상승으로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 부진과 수주 둔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신규 수주에 상선 조선가도 상승해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며 “지금 주가는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업종 전반의 악재가 대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 전망을 더 어둡게 보는 곳들이 나오고 있지만 500억원대 영업적자로 선방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자 상황에서 노조가 장기파업을 이어갈 명분이 약하고 교체된 경영진도 노조와의 마찰이 부담인 만큼 파업으로 인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