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 4개월(5~8월)간 2조2665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단숨에 가장 큰 외국인 매수 세력으로 떠올랐다. GPIF가 지난 4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한국 주식도 늘리고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올 상반기까지 국내주식을 쓸어 담은 ‘차이나 머니’가 잠시 주춤한 사이 일본이 새로운 매수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외국인 '최대 큰손' 급부상…日 공적연금펀드에 무슨일이
○GPIF, 외국인 큰손 1위 부상

2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식 매수세를 이끈 일본 자금의 정체는 GPIF인 것으로 확인됐다. GPIF는 1조2400억달러(약 1287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일본 국민연금이다.

외국인 '최대 큰손' 급부상…日 공적연금펀드에 무슨일이
내에 외국인 투자 등록을 한 일본 자금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2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0년간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이 기간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주식을 매도했으나 GPIF가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GPIF는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8조2047억원)의 27.6%를 차지하며 단일 매수주체로는 압도적인 1위로 떠올랐다.

GPIF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한다는 자체 포트폴리오 변화의 일환이다. GPIF는 과거 10년간 수익률이 평균 3.16%로 주요국 공적기금의 절반 수준에 머물자 지난 4월부터 자국 채권을 팔고 주식매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채권 비중을 종전 71%에서 35%로 줄이되 주식은 24%에서 50%, 대체투자는 5%에서 15%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GPIF가 해외투자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어서 일본 자금의 국내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GPIF와 같은 일본 공적연금펀드가 운용자산의 50%까지 주식 비중을 높일 경우 추가 주식매수 여력은 3360억달러(34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GPIF는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고 있는데, 신흥국 투자 비중을 1%만 확대해도 국내 유입자금이 추가로 19억달러(1조9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며 “GPIF가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매수주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평가된 대형주에 관심 높여

국내 증시로 유입된 일본 자금은 주로 대형주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종목의 주가가 내리면서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고이치 다이와증권 상무는 “일본 자금은 특정 업종이나 종목을 매수하기보다 지수와 연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에 정통한 증권사의 주식영업담당 임원은 “일본 온라인 브로커들이 최근 한국 등 신흥국시장 주식을 활발하게 매매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