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파묻힌 정·화·조
조선·정유·화학 등 소재·산업재 업종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연초까지만 해도 실적개선과 함께 올해 주가 반등을 이끌 대표 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주가는 신저가 수준까지 밀려났다.

○실적 전망 여전히 ‘먹구름’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로 증권사 추정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추산됐다.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1175억원(한 달 동안 나온 추정치 기준)으로 집계됐다. 플랜트 관련 손실충당금이 하반기에 추가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실적은 추정치에 못 미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를 3730억원까지 제시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분기(-2505억원)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3분기에도 영업손실 520억원을 내며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주의 3분기 실적 추정치도 유가 하락 여파로 하향 조정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만 해도 3분기에 24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 평균치는 22억원에 그치고 있다. 한 달 동안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도 이달 초보다 31.04% 떨어진 86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이달 초보다 3.41% 떨어진 579억원, 롯데케미칼도 0.9% 하락한 1405억원이다.

김재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던 소재·산업재 업종의 이익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올 4분기에도 이들 업종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 경우 연간 실적도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땅속에 파묻힌 정·화·조
○기대치 못 따라가는 주가

주요 종목들의 목표 주가 대비 현재 주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주가가 시장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목표 주가가 제시된 유가증권시장 135개 종목 중 목표 주가와 현재 주가 간 편차가 큰 종목은 OCI 대우조선해양 금호석유 순으로 나타났다.

OCI의 목표 주가는 23만원으로 지난 26일 종가(13만6500원)보다 68.5% 높다. 3분기 말부터 태양광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지만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6% 하락하며 1년 최저가를 경신했다. 단기 업황 개선만으로는 지속적인 이익 회복이 힘들다는 ‘학습효과’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목표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3만6500원에서 3만4500원으로 5.5%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현 주가(2만900원) 대비 65.1% 높은 수준이다. 금호석유는 목표 주가가 11만3000원에서 11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8만2100원에서 7만3100원으로 미끄러졌다. 목표 주가와 현 주가 간 괴리율은 55.9%에 달한다.

한화케미칼(51.4%) SK이노베이션(50.5%) 롯데케미칼(46.2%) 현대중공업(43.9%) 삼성중공업(38.2%) 대한유화(37.4%) 등도 목표 주가와 현 주가 간 괴리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유럽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데다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며 “당분간은 정유·화학주들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