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변심…배당·내수부양책 기대 접었나
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현·선물 동반 매도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국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당 및 내수 부양에 대한 기대는 잦아들고 있는 반면 달러 강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외국인들의 ‘U턴’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외국인 나흘 새 8000억원 순매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2028.91로 10.36포인트(0.51%)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41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나흘째 순매도다. 이 기간 팔아치운 금액만 8330억원어치에 달한다. 전날에 이어 선물도 35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통상 선물을 대량 매도한 다음날은 포지션 청산을 위해 선물을 되사들이지만 오히려 추가 매도했다. 그만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외국인 매도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예상치(50)를 웃돌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등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했고, 금리인하와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기로 하면서 중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경우 경기순환주 비중이 높은 한국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리인상 우려로 달러 강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이후 달러 강세에도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면서 “이달 들어 중국 경기지표 둔화로 원화가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도 주체는 조세회피지역”

최근 주식을 매도하는 주체는 조세회피지역에 근거를 둔 단기 투자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양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유럽계 자금의 유출입은 자국 증시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룩셈부르크 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지역 자금은 원·달러 환율과 더 높은 상관계수를 나타냈다.

김경덕 BoA메릴린치 주식영업담당 전무는 “장기 투자자보다 배당 확대 등에 대한 기대로 주식을 샀던 단기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 소식 등에 실망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면서 “내수 부양을 위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단기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내외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외국인 매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이머징 펀드에 10~11주 연속 자금이 유입된 뒤엔 일부 차익실현과 함께 주가 조정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은 단기 조정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철강 화학 에너지 등이 특히 하락 압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이날 포스코가 33만4000원으로 5.65% 급락한 것을 비롯 현대제철(-2.06%) 롯데케미칼(-3.30%) 등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2.27%) 현대차(-2.05%) 기아차(-2.56%) 등도 엔화 약세 여파로 주가가 부진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