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다시 204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최대 40%가량 급감할 것이란 증권사 리포트가 직격탄이 됐다. 하반기 들어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도 ‘팔자’로 태도를 바꿨다. 유가증권시장이 내우외환에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內憂外患 증시
○무너지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2일 전 거래일보다 2만2000원(1.82%) 하락한 118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 우선주의 이날 낙폭은 보통주의 세 배인 5.26%에 달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4.55(0.71%)포인트 떨어지며 2039.27의 종가를 기록했다.

현대증권과 삼성증권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에 못 미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4조원대 영업이익을 점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달 초 5조7000억원으로 내린 데 이어 이날 다시 4조7000억원으로 1조원 더 낮췄다. 180만원이던 목표주가도 16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 비메모리 반도체부문에서 4000억원, 생활가전부문에서 2000억원의 적자가 날 전망”이라며 “휴대폰 마케팅 비용도 예상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내놓은 추정치는 더 ‘짜다’. 3분기 영업이익이 4조2000억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휴대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패널, 가전 등 대부분의 사업 실적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8조6000억원 선이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치)는 8월 초 7조5000억원, 9월 초 6조6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19일 기준 컨센서스는 6조3000억원 선이지만 이날 추가된 보고서들을 감안하면 5조원대로 하락할 공산이 크다.

○떠나는 외국인

이날 하락장은 외국인들의 2411억원어치 순매도 영향도 컸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공세는 더 거셌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액은 1조1815억원에 달했다. 하루 단위로 볼 때 하반기 들어 다섯 번째로 많은 액수다. 한국 증시의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외국인이 많다는 의미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주요 신흥국에서도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하진 않았지만 이미 외국인 자금은 신흥국 주식에서 선진국 주식으로 옮겨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신흥시장 펀드에서 10억9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순유출 규모가 26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만큼 당분간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만 돈이 몰릴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3분기 실적으로 보나 수급으로 보나 약세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4분기 중 2000선이 깨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장바구니’에 빠짐없이 담겼던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동반 부진도 외국인의 순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7~8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샀던 배경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배당 확대 기대감이었다”며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로 배당 재원이 줄었고 현대차는 배당 대신 투자로 방향을 틀면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