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이 회사에 쌓아둔 퇴직연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하면 연 2~3% 안팎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대 국민연금(연 5~6%)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2016년부터 시행하는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대상 기업 범위를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으로 결정했다. 이후 범위를 넓혀 2020년께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2016년부터 퇴직연금을 의무 도입해야 하는 300명 이상 기업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각 기업이 사내에 설치한 기금운용위원회에 퇴직연금 운용에 관한 결정권을 주는 방식이다. 노사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투자처별 자산 배분 비율을 정한 뒤 분야별로 가장 실력 있는 자산운용사 등에 퇴직연금을 맡긴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은행 보험 등 특정 금융회사에 통째로 맡기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근로자들의 노후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계약형의 경우 기업들이 수익률과 관계없이 평소 거래를 맺는 은행에 주로 맡긴다. ‘수익률 압박’을 받지 않는 은행은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연 2~3%짜리 예금이나 국채에 투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주식 등에 적극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연 수익률은 5~6%로 계약형 퇴직연금 수익률(연 2~3%)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며 “기금형 퇴직연금도 국민연금처럼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계약형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여러 기업이 연대해 하나의 대형 기금을 만드는 형태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퇴직연금 펀드’는 가능하지만 ‘삼성그룹 퇴직연금펀드’나 ‘건설기업 연합 퇴직연금펀드’ 등은 안된다는 얘기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설립이 사실상 어려운 3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이 통합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에 대한 자산운용 규제도 완화된다. 주식 등 위험자산 보유한도가 40%로 묶여 있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운용 규제를 확정급여형(DB) 수준인 70%로 완화하기로 했다.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제도는 당분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