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인수 대박'의 추억…해외 사모펀드 다시 몰려온다
세계 4대 사모펀드(PEF) 가운데 하나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지난달 서울에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이승준 상무를 대표로 영입했다. TPG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제일은행(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인수한 뒤 2005년 되팔아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난 뉴브리지캐피털의 모회사다. 9년 만에 한국시장에 TPG라는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홍콩계 대형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도 최근 칼라일의 한국사무소 출신인 앤디 신을 뽑아 사무실을 열었다. 미국계 PEF인 베인캐피털도 호주 동포인 크리스 유 상무를 한국 담당으로 임명했다.

외국계 대형 PEF들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시장의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한국은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한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지만 올 들어 오비맥주와 ADT캡스 등 조 단위의 초대형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STX 동양 동부 등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구조조정 매물과 기업 일감 몰아주기 및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비주력 사업부 매각이 늘고 있는 것도 해외 PEF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외환위기 때는 한국이 돈이 없어서 해외 PEF들이 활개를 쳤다면 요즘엔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해외 자본의 활동폭을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