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시장에 ‘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의 경우 신규 가입액이 ‘미국 펀드’를 추월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위안화 예금은 올해 80% 급증했다. 또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증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장하는 등 중국 관련 상품이 증시 주변 자금을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상품 '차이나 열풍'…돈 몰린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중국 펀드의 신규 가입액은 1430억원에 달했다. 뉴욕증시 등에 투자하는 미국 펀드(1407억원)를 제치고 지역펀드 1위로 올라섰다. 작년엔 중국 펀드의 신규 가입액이 미국 펀드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박준흠 한화자산운용 상무는 “중국 정부가 지속적인 내수부양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상하이종합지수가 고점 대비 3분의 1선에 머물고 있어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119억7000만달러로, 작년 말(66억7000만달러) 대비 79.5% 늘었다. 중국계 은행들은 국내 은행보다 0.5~1%포인트 높은 최고 연 3.2%(1년 만기) 금리를 제시하는 등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국영은행이 3개월 내 파산하지 않으면 연환산 3~4%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차이나 파생상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한규성 동부자산운용 글로벌본부장은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직거래가 허용된 뒤 중국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가 각광받는 것은 한국 증시에 비해 중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클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는 수년째 저평가란 ‘딱지’를 안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2200 안팎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의 6000선 대비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펀드의 지난 3년간 평균 수익률도 -13.28%로 저조한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 주가가 최근 1년 새 급등세를 탔지만 중국 시장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

최근 1개월 중국 펀드 수익률이 9.05%로 각 지역펀드 중 가장 높은 이유는 ‘조만간 중국 주식도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 처음 등장한 ‘중국 은행 신용 DLS(파생결합증권)’는 각 증권사가 내놓을 때마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 은행 신용 DLS는 지난달에만 1813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전체 DLS 판매 금액(1조6814억원)의 10.8%를 차지한다. 상품 구조가 단순한 점도 매력이다. 예를 들어 중국교통은행이 3개월 내 부도나지만 않으면 연 3.5%의 수익률을 확정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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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차장은 “중국 대형 은행들의 국제 신용등급은 A 이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며 “부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단기 투자도 가능해 더욱 인기”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예금이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속도 역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약 100억달러어치 예금을 끌어모은 중국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중국공상은행은 1일 1년짜리 위안화 정기예금 금리를 종전 연 2.5%에서 2.7%로 올렸다. 연리 2.9%의 2년짜리 예금 상품도 출시했다. 중국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10만위안(약 1678만원) 이상 예금 가입자에 대해 연 3.2%(만기 1년)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행 관계자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업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한 번에 10만~100만위안 단위로 가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ETF 6종의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3103억원에서 6월 말 3473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여기에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한화 등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형(하루 등락률의 2배 수익 또는 손실) ETF’를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어서 중국 ETF가 주도 종목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