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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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배당수익률 확대에 모아지고 있다.

사내 유보금 과세는 적정수준을 넘어선 유보금을 고용이나 투자로 연결시켜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것으로, 경제부총리 지명 이후 관심을 받고 있는 배당 촉진 의도도 담겨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주목하되 일회적 요인보다는 늘어난 배당금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2기 경제팀, 배당 정책 강화…증시에 긍정적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0년 도입됐다 2001년 말 폐지된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적정유보초과세)가 12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투자업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기업 배당을 강조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될 경기부양책 역시 관련 내용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이익이 임금이나 배당, 투자 등 실물·가계 부문으로 흘러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근로소득과 배당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사내 유보금 과세를 통해 배당이 늘어나게 되면 주식시장도 활력을 띨 것으로 진단한다. 자기자본이익율(ROE)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배당수익률이 1%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반면 한국 기업의 사내 유보율은 87.3%로 글로벌 1위 수준이어서 과세를 통한 배당 확대 당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당 확대를 통해 ROE가 올라가게 되면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자 역시 이자, 배당과 같은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장기 투자가 늘 수 있단 분석이다.

특히 배당 확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시켜 줄 수 있단 점에 주목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로 주요국 대비 할인 거래되고 있다"며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 역시 2000년 초중반까지 디스카운트되다 배당수익률 상승으로 이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 유보율↑·고배당주·저평가 우선주 골라내야

전문가들은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배당 수혜를 기대할만한 '신의 한 수'를 골라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주요 상장 기업 가운데 유보율과 유보액대비율이 모두 높은 기업과 전통적인 고배당주, 저평가 우선주 등을 살펴보는 게 좋다"고 진단했다. 고배당주의 경우 높은 배당수익률과 견조한 이익 성장이 함께 예상되는 종목을 고르라는 설명.

이를 충족시키는 종목으로는 롯데제과, 남양유업, 삼성전자, 네이버(유보율 높은 기업)와 SK텔레콤, KT&G, SK이노베이션(고배당주)·CJ우, 현대차우(저평가 우선주) 등을 꼽았다.

강 연구원은 과거 평균 배당 성향보다 지난해 배당 성향이 낮은 오리온,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이 배당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배당 확대를 통한 부의 축적으로 상속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지분율이 높아 배당 확대 효과가 크거나, 배당 자금으로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 기업 등이다.

이에 해당하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SK네트웍스, 현대홈쇼핑 등을 제시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과 배당이 일정하게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배당 증가가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늘어날 배당의 지속 가능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