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8일 오후 4시10분

내년 초 국내 처음으로 선보일 서울시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에 KDB대우증권이 단독 투자자로 참여한다. SIB사업의 성사여부를 가르는 투자자 확보에 성공한 만큼 국내에도 SIB시대가 열리게 됐다.

▶본지 2월14일자 A1, 5면 참조

대우증권은 서울시의 1호 SIB 프로젝트에 15억원가량을 단독 투자하기로 하고 9일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와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다. SIB는 정책과제에 민간 업체가 투자하고, 성과가 나면 이익을 돌려받는 재정 집행 방식을 말한다.
[마켓인사이트] 대우證, 국내 첫 SIB 투자자로
대우증권이 단독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한 SIB 프로젝트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소외계층 아동의 대인관계 형성 능력 및 지능지수(IQ)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미래 취업 가능성을 끌어올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한 명당 최소 3억3580만원(연간 기초생활수급비 및 관련 시설 운영비 1679만원×20년)의 세금도 아끼자는 게 프로젝트의 취지다.

운영을 맡는 한국사회투자는 대우증권으로부터 사업비 10억~15억원가량을 투자받아 주요 병원 및 심리치료기관 등과 계약을 맺고 3년간 1 대 1 상담치료와 지적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3년 뒤 이들의 IQ 상승률과 기초학습능력 지표 등이 목표를 달성하면 한국사회투자는 서울시로부터 원금+인센티브를 받아 대우증권에 돌려준다. 하지만 목표에 못 미치면 대우증권은 한푼도 못 받는다.

2010년 국내 한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경계선 지적기능(IQ 71~84) 아동’을 대상으로 1년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IQ가 평균 12% 상승했다는 게 사업의 근거가 됐다. 사업 대상은 그룹홈(소외계층 청소년 5~7명을 묶어 관리인 보호 아래 거주하는 제도)에서 생활하는 초·중·고교생 중 학업 능력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100여명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당장 관련 예산을 마련할 필요 없이 3년 뒤 정책 목표를 달성했을 때만 세금을 지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재정지출 방식보다 유리하다. ‘실패한 정책’에는 세금을 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해 세금을 지출하더라도 비뚤어질 가능성이 큰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각종 보조금과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손해나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대우증권은 SIB 투자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익도 노리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단체에 돈만 갖다주는 기존 ‘일회성 기부’와 달리 목표를 달성하면 원금+인센티브를 돌려받아 또 다른 사회사업에 자금을 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투자형 기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원금을 날리면 “그냥 기부한 셈 치겠다”는 게 대우증권의 생각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SIB는 투자자가 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 진행 경과도 감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향후 경기도 등 다른 기관에서 추진하는 SIB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범죄 빈곤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의 한 형태다. 민간 운영업체가 정부와 맺은 정책 수행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되 실패하면 한푼도 주지 않는다. 사업비는 민간 운영업체가 채권을 발행해 민간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