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내로 연 5% 수준의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중국 채권 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이 자국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한국에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금리는 국채 10년물이 연 4%대, 정부가 운용하는 공기업 회사채가 연 6%대에 달한다. 엇비슷한 조건의 국내 채권과 비교하면 금리 차이가 1.5%포인트에 이르는 만큼, 증권사의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연 5% 수익을 보장하는 저위험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재테크 시대 열린다

年5% 확정금리 中채권 상품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RQFII 제도를 활용한 금융상품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3일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RQFII와 관련한 내용을 공식 발표하면, 곧바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RQFII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재테크 시장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국공채는 국가 부도 사태가 나지 않는 한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인 데다 이율도 국내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에 달한다.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절상되는 추세라는 점도 상품을 설계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호재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이 RQFII 자격을 얻으면 홍콩 증권사에 비싼 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상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며 “국채, 공사채, 회사채 등 다양한 채권을 랩이나 펀드로 묶은 상품들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年5% 확정금리 中채권 상품 나온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나라로 현재 외국인 투자 비중이 1% 안팎이다. 국내에 출시된 중국 관련 펀드 대부분이 홍콩 증시 상장사를 편입했던 것도 이 같은 규정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6개월~1년 후쯤부터 중국 주식과 채권을 활용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중국 채권과 관련한 시스템을 만들고 증권사들이 상품 운용이 가능한 금액을 할당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금과 적금 중심의 재테크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며 “애매한 저금리 상품으로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어려워지고 해외 재테크 상품의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짜장면 본드’ 시대 열리나

年5% 확정금리 中채권 상품 나온다
홍콩 딤섬본드 시장에 버금가는 위안화 채권시장이 국내에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위안화가 풍부한 기업은 채권에 투자하고, 위안화가 필요한 기업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만으로도 수요가 충분한 만큼 대만 싱가포르 등 RQFII 자격을 갖고 있는 경쟁국보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안화 채권시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홍콩 딤섬본드 발행액은 3624억위안(약 58조원)으로 5년 전인 2010년보다 60배가량 늘었다. 홍콩 시장의 10~20%만 흡수해도 김치본드(국내 발행 외화표시 채권)와 맞먹는 연 발행액 10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종의 ‘짜장면 본드’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무역결제 금액이 작년 기준 4조6000억위안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실물거래로만 따지면 한국이 압도적인 1위”라며 “환경면에서는 홍콩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벌써 위안화 채권 발행 지원작업을 준비 중이다. 노기훈 예탁결제원 글로벌서비스부장은 “이미 달러나 유로화 등을 활용한 ‘김치본드’를 발행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변경 없이 위안화표시 채권 등록이 가능하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위안화 청산결제은행과 연계 거래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RQFII

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외국인 투자자가 위안화로 중국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중국 정부가 국가별로 할당한 금액 안에서 해당국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위안화를 조달해 중국본토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다.

■ 딤섬본드

홍콩에서 많이 먹는 만두인 딤섬에서 따온 말로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채권을 뜻한다. 대만의 포모사본드(아름다운 섬이란 뜻으로 대만을 지칭), 싱가포르의 라이온시티본드(얼굴은 사자, 몸은 해마인 싱가포르의 상징물에서 유래) 등도 중국 이외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으로 꼽힌다.

송형석/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