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사상 최저인 연 2%대 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발행금리는 앞으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 금리’가 돼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평채 금리 2%대 '사상 최저'
기획재정부는 3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10억달러와 10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5000만유로(약 10억달러)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4일 발표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발행한 유로화 외평채는 발행금리가 연 2.164%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2005년 10월 기록한 최저치 연 3.74%보다 훨씬 낮다. 가산금리는 0.57%로 당시의 0.25%보다 높았지만 기준금리(유로 스와프금리)가 크게 떨어진 데다 투자 주문이 발행 규모의 네 배가량 몰린 영향이다.

이번에 처음 발행한 30년물 달러화 장기채 금리는 연 4.143%로 결정됐다. 신용등급이 한국(S&P 기준 A+)보다 네 등급 높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AAA)보다 낮은 0.725%의 가산금리가 반영됐다. 발행 규모보다 4.5배 많은 45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주문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가산금리는 정부가 처음 제시한 0.95%에서 두 차례 더 낮아져 0.725%로 결정됐다. 발행금리는 기준금리인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연 3.42%)에 가산금리를 더해 확정됐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지만 이 같은 발행금리는 지난해 9월 발행한 10년물 달러 표시 외평채 금리(연 4.023%) 수준이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 등 시장 여건이 호전된 것도 한 요인이다.

윤태식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한국과 국가 신용등급이 비슷한 칠레뿐 아니라 아시아 최우량 채권인 테마섹 30년물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글로벌 연기금 보험사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며 “정부가 벤치마크 금리를 제시한 만큼 민간의 해외 채권 만기 장기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해 9월(10억달러) 이후 8개월 만이다. 올해 만기인 외평채 25억달러를 차환하기 위한 발행이다. 부족한 5억달러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갚는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