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펀드…힘 받는 증시] '투기등급' 회사채 가격도 급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일부 투기등급 채권의 장내 거래가격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대기업 계열이면서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채권으로 분류되는 현대상선(신용등급 BB+), 동양증권(후순위채 기준 BB+), 웅진에너지(CCC) 채권값이 모두 크게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상선 176-2회 채권(액면가 1만원)은 지난달 30일 장내 일반채권시장에서 평균 9087원에 거래됐다. 2016년 4월까지 액면금액의 6.05% 이자를 매년 지급하는 이 채권은 지난 4월 초만 해도 7700원 안팎에 거래됐다. 두 달 새 가격이 15%나 뛴 것이다. 현대상선 채권 가격은 지난 4월 말 약 1조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문 매각 소식을 계기로 급등한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양증권이 발행한 일부 후순위채 가격은 9개월 만에 액면가격을 회복했다. 78회 채권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1만원을 뛰어넘기 시작해 30일 평균 1만199원에 거래됐다. 2009년 12월 발행 당시 이 채권을 처음 매입한 투자자의 경우 연 7.7% 이자를 챙기고 자본차익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동양 사태’ 직후 기록한 하루평균 최저 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23일 7099원이다. 이때 채권을 산 투자자가 있다면 8개월여 동안 자본차익만 44%에 달한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 3회 채권가격은 이날 평균 8836원에 거래됐다. 4월 초 7707원 대비 14%나 비싸졌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연 21.5%에서 14.3%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 채권의 만기는 내년 12월로, 1년에 액면금액의 2%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한다.

장내 채권시장 하루 거래량은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다. 건당 100억원 단위로 거래되는 장외 도매시장보다 훨씬 적어 채권시장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채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확산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장내 채권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개인들이 그동안 경기 움직임에 훨씬 빠르고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채권을 발행하거나 발행 계획을 발표한 15개 기업 중 신용등급 A 이하가 7개로 A급 이하 채권발행 비중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BBB- 이상부터 A+등급의 회사채는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지만, 글로벌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 BB+ 이하로 평가되는 ‘투자부적격’에 해당된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하이일드(비우량 고수익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과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기업들의 회생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