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섀도 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 폐지를 앞두고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5월 자본시장법 개정 때 이미 확정된 사안이지만 시행 7개월여를 앞두고도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사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은 관련 토론회 개최, 금융당국에 업계 의견 전달, 연구용역 발주 등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내달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섀도 보팅 폐지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를 빌려 당국 관계자들에게 섀도 보팅 제도 필요성을 적극 호소할 계획이다. 연구보고서는 이르면 다음달께 나온다. 금융당국 측에는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섀도 보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서 일반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특별결의는 3분의 1 이상 주주가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이 정도 지분율을 채워 주주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섀도 보팅은 그러나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정족수를 손쉽게 확보하고 뜻대로 의안을 가결,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9년 상법 개정으로 대체 수단인 전자투표가 도입되면서 폐지 논의가 불거졌다.

정순현 협의회 법제조사파트장은 “한국은 주주들의 손바뀜이 많아 주총을 앞두고 자신들이 주주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 일일이 주총 참석을 독려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섀도 보팅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섀도 보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제도”라며 “상장사가 주주들을 주총에 참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활동 등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섀도 보팅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처리하되, 투표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나눠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 제도.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1991년 도입됐다.

임도원/이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