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3대 핵심株' 급반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악화 소식에 12일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출렁였다. 삼성그룹 17개 상장사 중 지배구조 전환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삼성전자 등 7개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건강 우려 압도한 지배구조 개편

시장은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물산·생명 등 3개사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97% 상승한 13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폭으론 작년 8월13일(4.71%)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장중 139만5000원까지 오르며 140만원 선 재진입을 코앞에 두기도 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물산 지분 1.37% 등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만 가지고 그룹을 경영해 왔다”며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설립, 에버랜드와의 합병, 지분 추가 매입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들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의 ‘허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에버랜드와의 합병 가능성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6만9300원)를 갈아치우는 등 강세를 이어간 끝에 2.71% 상승했다. 중간 지주회사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삼성생명도 4.04% 뛴 9만7800원을 기록했다.

◆3세 승계 관련 핵심사 주가 급등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 이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권 확보와 관련된 에버랜드 등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어떤 형태로 그룹지배구조가 재편되든 간에 그룹 지배의 머리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에버랜드 지분을 17.0% 보유한 비삼성 계열사인 KCC는 8.60% 뛰었다. 연내 상장계획을 발표한 삼성SDS 관련주도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SDS가 지분 47.24%를 보유하고 있는 크레듀는 지난주 2거래일 연속 14%대 상승을 한 데 이어 이날도 12.74%나 올랐다.

이부진 사장 중심으로 삼성그룹 내 호텔·건설·중화학 업체들이 소그룹으로 재편되고, 이서현 사장 중심으로 패션·미디어 관련사들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 호텔신라(2.69%) 제일기획(3.93%)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이미 확정돼 있는 만큼 시장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회장의 건강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긴 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근본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닌 것으로 시장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도 경영승계와 관련된 것 외에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수준으로 애플(12배)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점, 주력 상품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6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동욱/송형석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