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3일 오후 7시40분

[마켓인사이트] LG화학, 美담수화 필터社 인수
LG화학이 해수담수화 시설의 핵심부품인 역삼투 필터 제조업체인 미국 나노H2O사를 인수한다. LG화학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해수담수화 부품시장에 진출하는 길을 열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나노H2O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LG화학은 14일 내부 승인절차를 거쳐 인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인수가격은 2억달러(약 2136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2005년 설립한 나노H2O는 역삼투(RO) 분리막 필터(멤브레인) 생산업체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설의 핵심부품이다.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컴퓨터 하드웨어라면 역삼투 분리막 필터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비유된다. 해수담수화용 역삼투 분리막 필터는 일본의 도레이와 이토,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3개 회사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두산중공업도 분리막 필터는 대부분 이들 3개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LG그룹은 일찌감치 수처리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기술개발에 나섰으나 원천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역삼투 분리막 필터 기술을 갖고 있는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나섰지만 도레이첨단소재에 고배를 마셨다. 웅진케미칼의 분리막 필터가 주로 정수기 등 소형 수처리 시설에 쓰이는 데 반해 나노H2O 필터는 해수담수화 시설 등 대형 수처리 시설에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가진 나노H2O와 대량 생산능력을 갖춘 LG가 결합함으로써 LG화학은 단숨에 전 세계 해수담수화 필터 시장의 4위권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 세군도에 본사를 둔 나노H2O는 유럽과 중동, 남미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은 20% 줄이고, 담수화 효율성은 70% 높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