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초우량 KT,  AAA '위기'
10년 넘게 유지돼온 KT의 최고 신용등급(AAA)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3일 KT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3개월 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 이상’이란 뜻의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KT는 1999년 1월 한신평으로부터 처음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이후 15년간 AAA를 유지해왔다. 한신평은 “자회사인 KT ENS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KT의 대외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또 KT렌탈, KT캐피탈(이상 AA-), KT에스테이트(A+), KT텔레캅, KT오토리스(이상 A0)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현재 한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평가를 받는 비금융분야 민간기업 중 회사채 신용등급이 AAA인 곳은 KT와 포스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4곳뿐이다. 신용등급이 AAA란 것은 적어도 수년간은 회사가 망해 빌린 돈을 못 갚을 확률이 영(0)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래서 채권시장에선 ‘없어서 못 사는 초우량 채권’으로 대우를 받아왔다.

그런 초우량 기업 중 하나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순손실) 기록 △45일간 영업정지 △자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신용등급 하락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AAA 기업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내몰린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작년 동양그룹 사태 이후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는 회사채시장에 치명타를 날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중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KT의 계획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