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집'으로 간 가치투자 3인방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각종 대외 변수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최근 한 달간 2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와중에도 견조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밸류, 신영, 트러스톤 등 3개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들은 150억~6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눈길을 끈다. 이렇게 들어온 자금으로 운용사들은 자산주, 내수주 등 일부 중소형주를 사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펀드에 자금 집중

1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공모형 기준, ETF 포함)에서 한 달 동안 2조1672억원이 빠졌다.

하지만 8개 펀드로는 시황과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설정액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1’(647억원) ‘신영마라톤’(429억원) ‘트러스톤제갈공명’(223억원) 등에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지난 1년간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7%에 그쳤지만 한국밸류10년투자1’과 ‘신영마라톤’의 주식운용 수익률은 각각 16.19%와 12.57%를 기록 중이다. ‘트러스톤제갈공명’은 9.75%를 지속하고 있다.

○중소형 자산주·내수주가 타깃

이렇게 들어온 자금은 일부 중소형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중소형주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담고 있지만 일부 중소형주는 꾸준히 분할매수 중이란 게 운용사들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의 지분공시에 따르면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 한 달간(11일 기준) 한국제지, 신대양제지, 선진, 비에이치, 방림, 경동도시가스, 한신공영, 이녹스, 동원개발, 동일방직 등을 매수했다. 주로 제지, 건설, 부품주 등이 포함됐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전반적으로 중소형주들이 많이 올라 차익실현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중소형주 가운데 내수경기 회복 수혜주를 골라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신영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대덕전자, 삼천리, 아세아제지, 삼목강업, 코오롱머티리얼, 국도화학, 오디텍, 진도, 삼영엠텍 등의 비중을 늘렸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국내 경기도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 분할 매수 중인 종목들은 기업 실적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정책이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경기 개선에 따라 자산가치 우량주들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허 전무는 진단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 달간 펀드로 들어온 자금으로 신세계푸드, 이수페타시스, 이지웰페어 등의 지분 확대에 나섰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중소형주에 접근하기엔 코스닥 종목들의 과열 조짐이 있어 신중하게 종목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아직 약한 상황이라 경기와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성장이 돋보이는 종목들을 장기 보유 관점에서 편입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중소형주 강세는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실적 등을 보여주면서 올라가는 장으로,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