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시각 변화 가능성"

엔화 약세의 수혜를 입은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올해는 크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국면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단기적인 이익 증대에 집중하고 있어 엔저 효과가 일단락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저는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부정적으로 여겨졌지만, 엔저 영향력도 서서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개선 폭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IQ 조사에서 2013 회계연도(2013.4∼2014.3) 닛케이255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1.3%, 영업이익 증가율은 21.7%, 순이익 증가율은 59.2%다.

하지만 2014 회계연도 매출액 증가율은 3.4%, 영업이익 증가율은 9.0%, 순이익 증가율은 6.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개선세가 크게 둔화되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물량이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금액은 69조7천877억엔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은 1.6% 감소했다.

주요 수출 업종인 화학, 기계, IT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종의 수출액은 엔화 약세 영향으로 각각 18.0%, 4.0%, 5.7%, 12.9%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 물량은 화학과 IT의 경우 4.0%, 1.1%씩 증가하는데 그쳤고, 기계와 자동차는 4.7%, 1.2%씩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시작되자 일본 기업들이 환차익을 감안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고 수출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원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출 물량이 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일본이 주로 수출하는 정밀기계와 같은 고부가가치 자본재는 가격을 인하해도 판매량 확대가 어렵고, IT 제품은 경쟁력 하락으로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면 수출 증가가 투자 증가와 내수 소비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환차익만을 누리는 상황이라면 올해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도 작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영업마진율은 작년 1분기 6.7%, 2분기 7.8%, 3분기 8.2%로 상승세를 그리다 4분기에 7.9%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7.3%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하지 못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엔저 부담이 약해질 전망이다.

엔화 환율도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약세 흐름이 진정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2월 초순까지 일본 주식시장에서 1조2천억엔(10조3천억원) 어치를 이미 순매도했는데 이는 201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이후 한국 증시는 일본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며 "일본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도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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