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펀드 V·I·P 만 웃었다
연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슈로 이머징국가 증시가 출렁거렸지만 신흥아시아 펀드가 우려와 달리 견조한 수익률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일부 국가 증시가 강하게 상승해 펀드 수익률 개선에 기여한 덕분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8~13% 상승

2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아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24일 기준)은 3.58%로 해외 펀드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미래에셋베트남1(주식혼합)A’(14.12%)를 비롯해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주식)A’(13.54%), ‘삼성아세안자(주식)A’(3.03%) 등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엔 테이퍼링 우려로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지만 올해는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베트남 증시가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13.07% 급등했고 인도네시아(8.70%), 필리핀(7.11%) 등도 7~8%씩 상승했다.

반면 싱가포르(-2.13%), 말레이시아(-1.94%)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을 이머징 자산 하나로 묶어 보지 않고, 국가별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따라 차별화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필리핀·베트남 ‘확대’, 태국 등 ‘축소’

투자자들의 시선이 신흥국보다는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기대되는 선진국 증시로 쏠리면서 올 들어 신흥 아시아 펀드에서 10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성장률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수준을 감안할 때 선진국 대비 가격 매력이 높아진 신흥 아시아에서 투자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견조한 내수 성장과 경상수지 흑자 등 안정적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점진적 상승을 예측했다. 반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은 각각 부동산 가격 하락, 밸류에이션 부담, 정치적 위기 등의 변수로 하락세를 예상했다.

앨런 리처드슨 삼성자산운용 아세안펀드 매니저는 “필리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로 높은 수준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한다”며 비중 확대를 권했다.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선거가 변수지만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3% 수준이고, 경상수지 적자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역시 올해 부동산 시장 부양 등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랠리에 따른 부담으로 일시적 조정은 예상되나 편입 종목의 올해 이익증가율이 20%를 웃돌 것”이라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