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리스크'에 국내 금융시장 요동] 한국, 채권·외환시장 '선방'…'약한 고리' 주식만 난타 당해
미국과 중국 경기 부진 우려가 몰고온 이른바 ‘G2 리스크’에 한국 주식시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강행과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신흥국 통화불안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엑소더스(대탈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도액은 한 달여 만에 2조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3조4000억원)에 근접했다.

○외국인 이틀간 1조원어치 팔아

['G2 리스크'에 국내 금융시장 요동] 한국, 채권·외환시장 '선방'…'약한 고리' 주식만 난타 당해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3.11포인트(1.72%) 떨어진 1886.85에 거래를 마쳤다. 설 연휴 직후 이틀 만에 지수가 54.3포인트 빠졌다. 올 들어선 21거래일간 6.19%(124.4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의 ‘팔자’ 기세가 유난히 싸늘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5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월 1조650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틀 동안 1조618억원어치를 털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세가 과하다는 느낌을 넘어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대외경제 여건마저 나빠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신규 유입될 요인이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한국금융의 ‘약한 고리’ 라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한 시점에 공교롭게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내 ‘안전지대’ 허상이었나

당초 미국 Fed가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신흥국 내에서 한국 증시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8월처럼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에서였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6%(한국은행 추정)로 신흥국 평균(1.4%)보다 크게 높았다. 외환보유액도 GDP 대비 29%로 터키(15.1%) 남아프리카공화국(13.2%) 등보다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신흥국 가운데 한국 중국 러시아는 경상흑자를 유지하고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높다”며 좋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신흥국 내 한국의 ‘차별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약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백승환 홍익대 교수는 “한국의 대외개방도(109.9)는 인도(55.4)나 브라질(26.5) 등보다 크게 높다”며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7월~2009년 2월에도 원화의 명목환율은 50% 급등하며 신흥국 평균(30%)보다 흔들림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경제 둔화라는 악재도 예의 주시해야 할 상황”이라며 “아시아 최대 성장엔진인 중국이 고성장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한국의 반사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채권시장은 희색

외국인 자금 이탈은 3월 말~4월 초까지 계속될 것이란 비관론이 많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계속 매도할 것”이라며 “기관 자금은 한계가 있는데다 주가가 부진하면 매수에도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 매도세는 국내 기관 결산기 이전인 이달 중순에 정점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거들었다.

이날 외환시장도 한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089원까지 상승하며 장중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11일(1089원70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나오며 전거래일보다 70전 내린 1083원80전으로 장을 마쳤지만, 아직 외환시장 긴장을 풀 때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반면 채권시장은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신흥국 불안이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급락(채권값 급등)한 연 3.54%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국채 선물시장에서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금리 하락을 주도했다.

김동욱/이고운/김유미/하헌형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