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탈로 통화·주가·채권가격 약세 본격화"
"중국 경기위험도 확산…국내증시 2월 내내 조정"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로 한국 등 신흥시장 자금이탈 현상이 고조되고 신흥국 통화·주가·채권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중국 '양회(兩會)'로 불리는 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다음달 초까지 한달 내내 조정 흐름을 이어가면서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 금융위기 재발 우려와 신흥국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권고하는 등 신흥시장 금융불안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라며 "이머징 금융시장의 통화, 주가, 채권가격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에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머징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따라 '달러화 강세=이머징(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자금의 '탈(脫)이머징 현상'(투자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경기 위험과 금리 상승에 따른 내수불안 확산 등도 이머징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통계청이 발표하는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지난해 12월 51보다 둔화했고 중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에도 1주일 단기금리(RP·레포)는 5.1%로 나타나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900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으며 2월 내내 조정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투자 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설 연휴 기간 열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시장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코스피는 1,900선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앞으로 1∼2주 내 중기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수급 여건을 고려하면 코스피 1,880이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코스피가 하락할 때 국내 기관이 이를 방어할 가능성이 크고, 외국인 수급까지 개선된다면 중기 바닥 확인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의 박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증시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 기조로 국내 수출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조정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3월 초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까지 중국관련 위험이 두드러져 국내 증시 반등을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회'로 불리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2차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다음달 3일과 5일 베이징에서 각각 개막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흐름과 관련해 당분간 중국관련 지표와 이머징국가의 통화지수, 엔화 흐름 등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