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金, 다시 '반짝반짝', 신흥국 위기 속 안전자산 회귀 움직임…금값 1주새 1% 껑충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통화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 관련 상품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안전자산 쏠림현상으로 금 관련 종목 주가도 상승 추세다. 작년 31%가 넘는 손실을 내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금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0.1% 내린 온스당 1263.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사흘 만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금 선물가격은 두 달 만에 최고치(온스당 1264.30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강세다. 지난주에만 0.99% 올랐고, 지난달 20일 이후론 5주 동안 5.03%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온스당 12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금 가격이 신흥시장 위기가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투자매력이 커졌고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위기와 중국 경제 비관론이 번지면서 상승한 금값 흐름은 3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값이 들썩이면서 관련주 움직임도 심상찮다. 금과 아연, 은, 동 등을 생산·판매하는 고려아연은 올 들어 28일까지 6.29% 상승했다. 20일 이후 7거래일간 외국인이 333억원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뛰었다. 이 기간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전체 5위로 삼성전자(2위, 701억원 순매수) 순매수 규모의 절반가량에 이른다. 이날 0.45% 조정받은 33만8000원을 기록했지만 작년 7월 금값 하락 탓에 주가가 25만1500원까지 떨어졌던 데 비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금 가격이 작년처럼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현시점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라고 본다”고 했다.

금펀드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0개 금펀드가 올린 평균 수익률은 6.12%다. 개별 펀드로는 ‘신한BNPP골드1A’(11.25%) ‘블랙록월드골드자(H)A’(9.14%) ‘IBK골드마이닝자A’(7.76%) 등이 한 달간 수익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지수 변동이나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금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 관련 ETF인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은 연초 이후 4.03%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아직은 단기적인 반등세란 시각도 있다 보니 금 관련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금펀드의 전체 설정액 1653억원 가운데 연초 이후 유입된 돈은 2억원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선 미국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부각되면 금 가격 반등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동욱/안상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