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빙~현기증…電車 + 건설, 릴레이 실적쇼크…짓눌린 코스피
국내 주요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증권시장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6% 떨어진 1940.56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올 들어 최저치인 1924.49까지 밀렸다가 오후 2시 이후 금융투자회사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가까스로 1940선을 지켰다.

◆이어지는 ‘어닝쇼크’

올 들어 이어지는 약세장의 원인은 실적이다. 지난 23일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등 이날 공개된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47조5979억원의 매출과 3조17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8% 줄었다. 실적 발표 영향으로 기아차 주가는 1.13%, 삼성SDI는 1.63% 떨어졌다.

어닝쇼크(실제 실적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을 때)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건설 업종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GS건설이 8.26% 주가가 떨어지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1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전날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대림산업(-3.33%)을 비롯해 삼성물산(-0.87%), 현대건설(-0.34%), 대우건설(-1.13%) 등도 주가가 빠졌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수적인 수주 전략으로 유명한 대림산업마저 4000억원대의 해외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업종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국내 부실 정상화 이슈 등을 감안하면 어려운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발(發) 훈풍도 기대하기 어려워

증권 시장 전반으로 눈을 돌려도 ‘좋다’보다 ‘나쁘다’는 얘기가 많다. 건설, 조선, 해운 등 ‘실적 리스크’가 큰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설 이후 이어지는 데다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큰 중국과 미국의 상황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 중국은 경기 둔화가 최대 복병이다. HSBC홀딩스가 23일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7개월 내 최저치인 49.6까지 떨어졌다.

미국도 중앙은행(Fed) 의장 교체기를 앞두고 약세장이 점쳐지고 있다. 줄리안 임마누엘 UBS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인사이더(BI)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중앙은행 정권 교체 직후 주가가 오른 사례가 없다”며 “Fed의 새 수장인 재닛 옐런에 대한 평가가 끝날 때까지 약세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관론이 대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이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한 데다 미국도 스탠리 피셔 부의장을 포함한 ‘매파’들의 데뷔를 앞두고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들의 어닝쇼크까지 겹치면 1900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1900 근처에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