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잠정 실적을 내놔 실적시즌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빅배스'(BIg Bath) 가능성이 높아 실적 안전성이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빅배스란 회계년도 말에 일회성 비용을 처리하거나 잠재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하면서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

7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 원, 영업이익 8조3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및 전분기보다 크게 부진한 수준으로, 증권사 실적 추정 평균치인 9조7000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전자 실적은 정보기술(IT)업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코스피 대장주로서의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자료: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이날 삼성전자가 암울한 실적을 발표해 다른 기업들의 실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전체 기업들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최근 1개월동안 7.1% 급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연말 성과급과 충당금 등의 일회성 비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4분기 '빅 배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배스란 회계년도 말에 일회성 비용을 처리하거나 잠재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하면서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에는 신정부가 들어서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년차라는 점에서 빅배스의 영향이 더욱 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3조9000억원이지만, 눈높이를 30조원 초반에서 27조원까지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는 "지난 2년 여간은 매분기마다 실적 결과치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불안한 실적시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적 안정성이 높은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4분기 안정적 실적이 예상되는 업종과 종목으로는 의료업종 내 유한양행, 유나이티드제약, 서흥캅셀, 자동차·부품업종 중 현대차, 에스엘, 철강업종 중 현대제철이 꼽혔다. 김재은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종목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큰 폭의 하향 조정 없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실적 기대감이 있는 업종도 눈여겨 볼 만하다. 김승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시즌을 전후로 시장의 관심은 빠르게 1분기 실적으로 이동할 전망" 이라며 "1분기 고성장이 에상되고 신뢰도를 갖춘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분기 30% 이상 이익 성장이 예상되면서 최근 전망치 변화가 긍정적인 업종으로는 전기, 기계, 가스, 호텔·레저, 디스플레이, 화학, 섬유·의복 업종이 제시됐다. 종목별로는 한국전력, 한전기술, 한국가스공사, 강원랜드, LG 디스플레이 등이 모멘텀과 전망치 지표가 모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에서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차부품, 의류·내구소비재, 보험, 디스플레이 업종을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