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삼성 '쇼크'…증시 불안한 출발
코스피지수가 44.15포인트 떨어지는 등 새해 첫 거래일 한국 증시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환율 ‘공포’와 실적 ‘충격’이 겹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증시 양대축인 ‘전·차(電·車)군단’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20% 하락한 1967.19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313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순식간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1970선 밑으로 급락했다.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대량 매도에 나서 대표 기업의 주가가 특히 부진했다. 연초 발표될 주요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하락폭이 커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9% 낮은 130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외국계 증권사인 BNP파리바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2조원 줄어든 8조78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13% 낮춰 충격을 줬다. 이날 낙폭은 지난해 6월7일 JP모간이 스마트폰 실적 둔화가 우려스럽다며 매도 리포트를 내 6.18% 급락한 이후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5년4개월 만에 최저치인 1048원30전까지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동차주도 힘을 쓰지 못했다. 현대차(-5.07%), 기아차(-6.06%)뿐 아니라 현대위아(-7.37%), 한라비스테온공조(-5.68%) 등 부품주도 휘청거렸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의 국회 처리가 미뤄지고 여야 정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점도 연초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는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상승세인 데 비해 한국 증시는 대표 기업의 실적 전망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정치 리스크 등이 겹쳐 외국인의 눈길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윤희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