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에서 한숨으로 > 주식시장에선 하루 새 천당과 지옥이 엇갈렸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2013.11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1967.19로 급락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왼쪽). 장 마감 직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오른쪽).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희망에서 한숨으로 > 주식시장에선 하루 새 천당과 지옥이 엇갈렸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2013.11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1967.19로 급락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왼쪽). 장 마감 직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오른쪽).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일 주식시장에선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모두 무력하게 무너졌다. 3136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매도세에 한국 대표 기업 주가가 속절없이 4% 이상 급락했다.

▶2013년 12월30일자 A23면 참조

외국인이 새해 첫날부터 ‘셀 코리아(sell Korea)’ 조짐을 보인 데는 △엔저·원고로 인한 한국 금융시장 불안 △간판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동 움직임 등의 3대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 5.1원 하락

이날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론 ‘환율 공포’가 꼽힌다. 원화 강세에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 우려가 커진 데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매물이 크게 늘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원10전 떨어진 1050원30전으로 간신히 1050원 선을 지켰다. 장중 1048원30전까지 하락하면서 2008년 8월22일(1048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엔 재정환율도 지난해 12월30일 5년여 만에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100엔당 1000원 선이 깨진 데 이어 이날 장중 996원39전까지 떨어졌다.

유한종 국민은행 팀장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원화값이 올라갔지만 달러당 1050원대를 지키려는 외환당국의 의지가 예전보다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달러당 1040원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한 원화 강세뿐 아니라 엔화 약세가 겹친 점이 증시를 더 짓누른다는 우려가 많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아시아리서치센터장은 “작년 상반기에 이어 ‘2차 엔화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미 엔·달러 환율이 105엔 수준까지 간 만큼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수출주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쇼크’ 우려

오는 7일 잠정 실적 발표가 예정된 삼성전자를 비롯해 간판급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 들어 LIG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이 앞다퉈 1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에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영업이익이 8조원대로 떨어졌을 것이란 ‘실적 쇼크’ 우려도 크다.

현대차는 수출 둔화 우려에 독일 일본 등 수입차 업체의 가격 공세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4% 늘어난 786만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전망한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률(4.1%)보다 목표치가 낮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4분기 주요 기업 실적 추정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실적쇼크 논란에 휩싸였고 현대차는 판매량 예상치가 계속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종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가 신년사에서 밝힌 연간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조정하나

지난해 11월 이후 유입세가 매우 둔화된 외국인 자금 동향도 증시 향방을 가늠할 요인이다. 이달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는 만큼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 시장이 또다시 소외를 경험할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외국인 자금 동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외국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글로벌 차원에선 여전히 매달 700억달러 이상 자금이 풀리는 만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원·엔 환율 1000원 선이 깨지면서 외국인이 이미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강한 매도 구간에 들어간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한국시장이 특별한 매력이 부각되기도 힘든 만큼 1분기까지는 자금 유입 혼조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강지연/최진석 /김유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