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일 오후 1시45분

2013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회계법인들이 부동산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견제에 나섰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의 입지는 비좁았다. 주식자본조달(ECM) 분야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총 1조2398억원 규모 거래를 주관해 다른 IB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2년 ECM부문 랭킹 1위였던 동양증권은 그룹 리스크로 인한 고객 이탈로 9위에 밀렸다.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는 KB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과 전체주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부문별 순위 (누적 기준)
2013년 부문별 순위 (누적 기준)

○지난해 M&A 외국계 IB 잔치

M&A 시장은 외국계 IB들이 주도했다. 바이아웃(경영권 포함 인수), 발표 시점(본계약 또는 잠정협약 체결) 기준으로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JP모간, 바클레이즈 등 외국계 IB들이 1~4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STX에너지 등 대형 딜의 자문을 외국계 IB들이 싹쓸이한 데 따른 결과다. 5위에는 딜로이트안진이, 6위와 7위에는 모건스탠리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각각 올랐다.

소수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통합기준(종료 시점)으로도 외국계 강세가 두드러졌다. 골드만삭스(1위), JP모간(2위),모건스탠리(3위), 바클레이즈(7위), 크레디트스위스(8위) 등 외국계 IB가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우리투자증권(5위), 하나대투증권(9위) 등 두곳이 이름을 올렸다.

회계 자문 분야에서는 삼정KPMG가 전통 강자 삼일회계법인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네파, 웅진케미칼 등 대형 딜을 연이어 따낸 데 힘입어 바이아웃, 발표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일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언스트앤영한영, 예일회계법인이 뒤를 이었다. 삼정KPMG는 네 가지 발표 기준 중 바이아웃, 종료 기준과 통합(경영권, 비경영권 거래 모두 포함), 발표기준으로도 1위를 차지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통합, 종료 기준 1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우리투자증권 ECM 시장 지배

ECM 분야(대표주관 기준)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발행규모 1조2398억원에 이르는 압도적인 실적을 내며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가스공사 유상증자와 현대로템 기업공개(IPO), LG이노텍 전환사채(CB) 등 ECM 각 부문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는 굵직한 거래를 모두 따냈다.

실적으로 따지면 2위를 차지한 KDB대우증권(발행규모 4550억원)을 세 배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대우증권은 한진해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맡았고,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현대로템 IPO를 공동 주관했다. 대신증권삼성증권은 각각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을 주관한 데 힘입어 3위와 5위에 랭크됐다. 4위는 한진중공업 유상증자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갔다.

STX 동양 등 대기업들의 ‘몰락’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은 ECM 부문에 기회로 작용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운 대우(한진해운 BW) 대신(현대상선 유상증자) 삼성(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은 리스크를 과감하게 떠안은 대가로 순위 상위권을 꿰찼다.

○DCM, KB투자증권의 눈부신 독주

DCM 부문에서는 KB투자증권이 대표주관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2012년 1·3위였던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3·4위로 내려앉았고, 4위였던 KDB대우증권은 2위로 뛰어올랐다.

KB투자·KDB대우·한국투자·우리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빅5’의 전체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46조6599억원) 중 KB투자증권이 차지한 비중이 31%(14조3048억원)에 달했다. 전체주관 실적은 14조8938억원으로, 11조7969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KDB대우증권을 3조원가량 차이로 따돌렸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발행 규모 총 8400억원)과 5곳의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1조3300억원), 현대제철(8600억원), LG전자(8000억원) 등 대형 발행사들의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하면서 DCM 부문 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에서도 KB투자증권이 총 4조3798억원어치의 ABS를 발행 주관하며 선두에 올랐다. 여전채 부문에선 KDB대우증권이 2위(KB투자증권·3조3298억원)보다 약 5000억원 많은 3조8014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고경봉/이유정/하헌형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