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증권 이어 동양증권도 이번주 매각주관사 선정
업계 "현대증권 강성 노조 때문에 매력도 떨어져"


증시침체로 암흑의 터널을 걷고 있는 증권업계의 '합종연횡'의 시대가 본격 막이 올랐다.

현대그룹이 22일 증권업계 빅5에 들어가는 현대증권을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증권업계의 거대한 짝짓기와 함께 업계 순위도 요동을 칠 전망이다.

현재 인수합병(M&A)시장에는 자산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동양증권과 현대증권 등 자산 기준 10대 증권사 안에서만 3개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

우리금융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동양증권도 법원의 조기매각 허용에 따라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증권의 대주주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이번 주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공개입찰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증권사 외에도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10여개중소형 증권사들도 M&A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KDB대우증권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가히 '매물풍년'인 셈이다.

최근 증권업계의 M&A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포화 상태를 정리하기 위해 증권업계 M&A에 불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선 M&A가 이뤄지기만 하면 증권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당장 2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산을 가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

현대증권이나 대우증권 등도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된 상태인 만큼 인수자는 선두권 진입이 가능해지고, 여타 소형사들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 중견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

문제는 M&A가 과연 제대로 추진될 것인지다.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매각 가시권에 들어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에 대해선 대만 유안타증권과 KB금융지주 등 국내외 4~6개사가 인수의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대증권의 경우 매물로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업계 일각의 평가가 부담이다.

자기자본이 탄탄하고 안정적이지만 덩치가 큰 것은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특히 M&A에 성공하더라도 강성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형 매물이 한꺼번에 몰려 나오면서 매각협상에서 제값을 받기가 힘들어진 것도 변수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물로 나온 여타 증권사 입장에선 경쟁적 대안이 출현한 것인 만큼 매각가치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사들은 더욱 난감한 처지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최근 CXC종합캐피탈이 인수를 포기한 탓에 매각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며, 이트레이드증권은 작년 말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진척된 내용이 없다.

리딩투자증권도 지난 9월 매각이 무산됐다.

한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다수의 매물이 M&A 시장에 쏟아지면서 증권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사 M&A 전망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 매물이 굉장히 싼 가격에 나와 있다"면서 "이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이 반드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M&A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활로를 찾기 위한 M&A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윤지현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