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
현대증권 "현실 받아들이고 경쟁력 강화 위해 노력"


현대그룹이 그룹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증권 내부적으로는 22일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다만 현대증권 직원들은 이전부터 현대증권 매각설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휴일인 일요일 갑자기 매각 발표를 접하고는 긴장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와 전화로 통화한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잘 언급하지 않는 사안이다", "아직 초기단계라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는 등 대부분 말을 아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은 "시장에서 매각될 것이란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긴 하다"며 "최근 현대상선이 공시를 통해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 전만 해도 내부적으로는 매각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현대증권 측은 "현대그룹이 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금융계열사 매각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현대증권은 매각이라는 현실을 냉철히 받아들이고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대증권의 주인이 바뀌게 되면 경영진 교체나 강력한 인력 및 지점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에서는 이럴 경우 현 경영진이 추진해온 해외사업 확장 등의 계획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직원들 입장에선 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내부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자기자본이 탄탄하고 오래된 대형사로 운영시스템과 리테일망을 갖췄다는 강점이 있으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건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지점 수 115개, 직원수 2천500여명으로 다른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규모가 큰 편으로 여겨진다.

또 현대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문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5개 대형사 중 경쟁력이 가장 떨어져 매물 매력도가 우리투자증권 등에 비해 떨어진다"며 "현재 영위하는 사업 분야에선 현대증권이 특별히 강점을 가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은 이날 계열사와 자산 처분을 통해 총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우선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 금융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의 인수 후보군으론 현대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1977년 국일증권을 인수한 이후 1986년 현대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5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윤지현 기자 y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