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통상임금 직격탄, 만도 8% 급락…자동차株 답없네
한국 증시가 ‘왕따’ 신세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완만한 속도로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한다는 소식에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일제히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국내 지수는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엔화 약세 우려와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8.8원 오른 1060.1원까지 움직였으나 양대 악재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5% 오른 1975.6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오히려 0.3% 내렸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84%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장 초반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1995를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꾸준히 주가가 빠져 오후부터 횡보장으로 바뀌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고 상대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지수들이 벽에 가로막혔다”며 “지난 18일 대법원이 기업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통상임금 관련 판결을 내린 것 역시 주가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라고 했다.

이날 엔화 환율과 통상임금 이슈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3인방’의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3.08%와 1.83%, 3.94% 떨어졌다. 쌍용차 역시 하락폭이 2.46%에 달했다.

자동차 부품주들은 낙폭이 더 컸다. 만도 주가가 전날 대비 8.4% 폭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위아(-3.61%), 한일이화(-5.52%), 에스엘(-5.93), 성우하이텍(-3.82)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고용 구조가 완성차 업체와 비슷해 통상임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완성차 업체들의 단가 하락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한 이후 외국인들의 수급 패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이 수출 호조 덕에 이머징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투자 최적지로 보기도 힘들다”며 “이렇다 할 유입도 유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축소 이슈는 올 상반기 이후 충분히 확인한 것처럼 외국인 수급에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면서도 “다만 통상임금 판결, 북한 리스크, 4분기 실적 악화 우려 등의 악재가 겹쳐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