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경영정상화 '빨간불'…추가 부실 1조8500억 드러나
지난 7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STX조선해양에 숨겨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열린 채권단회의에서 STX조선해양의 부실이 심각해 종전에 지원하기로 채권단이 결의한 2조7000억원 외에 1조85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3일 돌아오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당장 올해 안에 2000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실 규모가 커진 원인은 STX조선해양의 저가 수주다. STX조선은 배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현금(선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보다 20~30% 낮은 값에 배를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끊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장부를 실제보다 좋게 꾸미기도 했다. 실제로 배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의 2배까지 과다 수주한 것도 드러났다. 부실 요인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한 결과 지난 1~9월 STX조선해양의 매출은 1조2700억원인데 영업손실이 1조1900억원, 당기순손실이 3조2400억원에 이르렀다.

채권단은 일단 STX조선해양의 저가 수주 물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등 90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우발채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원가가 높아 당초 실사 전망치보다 신규 수주 물량이 더 적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채권단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 10년간 STX계열에서 배당금을 제외하고 1000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고, 지난해에도 STX조선해양에서 성과급 10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가 자금 지원 규모 및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산업은행은 일단 내년도 지원 예정자금 6500억원 중 일부를 이달 중 먼저 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로 1조8500억원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는 정밀 재실사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