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엔低'
엔화 약세의 충격파가 심상찮다. 일본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관련주에선 상장종목의 80.83%가 이달 들어 주가가 고꾸라졌다. 자동차주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지만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4.42% 빠지는 등 정보기술(IT)주를 비롯한 수출주 전반도 주춤하고 있다.

반면 엔저 수혜주는 찾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일본에서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소수 업체만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집단추락’하는 자동차주

11월 이후 자동차주는 엔저 충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주 120개 종목 가운데 11월 이후 92개 종목이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락종목 수가 전체의 80%가 넘는 97개로 늘었다.

현대차가 이달에만 6.81% 떨어진 것을 비롯해 엠에스오토텍(-12.16%), SJM(-9.65%), 성우하이텍(-7.80%), 평화정공(-6.25%), 기아차(-5.20%), 현대모비스(-4.98%) 등 27개 종목이 5거래일간 4% 넘게 하락했다.

한국 주요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 등으로 엔저 충격에 ‘내성’이 커졌다지만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업종에선 시장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수출 경합도는 48.1%로 2008년(45.6%)보다 더 격화됐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일본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따른 입지 축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日 수입 비중 높은 업체만 한숨 돌려

엔저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국내에 상장된 일본 기업은 일본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고, 엔화 부채가 많은 업체는 빚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상장 일본기업인 SBI모기지는 이달 들어 7.20% 하락했다. SBI액시즈도 0.33% 오르는 데 그치며 제자리걸음만 했다.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주식시장에선 엔화 약세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롯데쇼핑(-1.65%), 한국전력(-3.29%), 비에이치아이(-6.83%) 등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다만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선방’한 경우가 많았다. 핵심 부품 일본수입 비중이 70%에 가깝다는 공작기계업체 넥스턴은 이달 들어 16.47% 껑충 뛰었다. 일본계 자금이 최대주주인 새론오토모티브는 자동차 부품주임에도 불구하고 1.77% 올랐다. 원재료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신도리코와 기계업체 삼익THK는 각각 1.23%와 1.03% 상승했다.

장기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부채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엔저에 따른 부채감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빚은 빚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일부 기계 및 절삭공구 업체를 제외하면 딱히 수혜주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