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한국토지신탁 사장은 13일 “시중은행들이 담보대출 등을 꺼리는 요즘이 신탁회사들엔 부동산 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용기 한국토지신탁 사장은 13일 “시중은행들이 담보대출 등을 꺼리는 요즘이 신탁회사들엔 부동산 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금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입니다.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김용기 한국토지신탁 사장(58)은 13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부동산 신탁사가 생존하기 위해선 변화해야 하고 또 이를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하나같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부동산과 금융을 연결하는 부동산 신탁사들이 새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사장은 부동산 시장이 종전 아파트와 사옥을 보유하던 흐름에서 전세 임대 등 ‘유동화’로 수요와 선택지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은행이나 건설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부동산 신탁사들은 오히려 부동산 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사장은 “경기 침체가 아무리 심화해도 최소한의 수요는 늘 있게 마련인데 일반 금융회사와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부동산 금융을 쉽게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신탁회사들만이 개발신탁이란 방식을 통해 신규 주택 수요와 부동산 금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3년간 지방 중소도시에서 자사 브랜드인 ‘코아루’ 아파트를 공격적으로 분양해 왔다. 덕분에 작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도 그 기록을 이어갈 수 있으리란 기대다.

김 사장은 부동산 산업의 사이클이 최소 3년 이상으로 긴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신탁은 타사 위탁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여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성이 중요한 업종”이라며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눈앞의 분양수익을 극대화할 게 아니라 차근차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기 위해선 각종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신탁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이 추가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게 11개 신탁회사의 입장”이라며 “특히 아파트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탁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2009년 서울 용산재개발사업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참사가 발생했는데 만약 부동산 신탁사가 관리했다면 그런 위험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동산 신탁사가 말썽 많은 재개발과 재건축 분야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부동산 신탁사가 리츠(부동산 투자펀드)나 재개발·재건축뿐만 아니라 임대사업 등 유지관리 부문에서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김 사장의 얘기다.

그는 “수십 년간 해오던 사업만 영위해선 산업 자체가 갈수록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신탁사들은 종합 부동산금융회사로서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취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