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유진투자선물 대표는 12일 “파생상품시장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야 한다”며 “정부가 코스피200옵션 승수 인상 등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건호 유진투자선물 대표는 12일 “파생상품시장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야 한다”며 “정부가 코스피200옵션 승수 인상 등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발전하려면 변동성지수선물 코스피200미니선물 같은 새로운 상품이 상장돼야 합니다.”

이건호 유진투자선물 사장(55)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코스피200선물·옵션 집중도를 낮추고 홍콩 등 해외로 떠나는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상품 수가 일단 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식시장 변동성 축소→코스피200선물·옵션 거래량 감소→파생상품 수익 가능성 하락→투자자 이탈→선물회사 수익급감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면 코스피200선물·옵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헤지(위험분산) 수단으로서의 파생상품’이 아닌 ‘파생상품의 투기성’이라는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파생상품 기본예탁금(1500만원) 인하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증거금 인하 △코스피200옵션 승수 인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투자자가 500만원 상당의 옵션을 거래하고 싶어도 계좌에 일단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넣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옵션매수의 경우엔 손실이 제한적인데도 왜 기본예탁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4월 FX마진거래의 개시증거금과 유지증거금을 올리자 투자자들이 비용이 저렴한 불법 인터넷 업체로 옮겨갔다”며 “정부 규제가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을 더 높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에도 “선물회사들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도와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부산의 거래소 파생상품거래회선을 이용하기 위해선 이용료, 전산장비 유지비, 인건비 등을 합쳐 한 달에 최소 5000만원이 든다”며 “3년 이용계약을 했다가 1년 만에 철수해도 남은 2년 동안 이용료를 계속 내야 하는 거래소와의 계약 조건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선물회사들이 수수료 경쟁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 사장은 “가뜩이나 업계가 어려운데 3년 전 국채선물 1계약에 5000원 받던 수수료가 1400원으로 떨어졌다”며 “직원들이 새벽에 일어나 국채선물 매니저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하는 등 질 높은 서비스를 해도 수수료 덤핑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선물회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론 ‘장외파생상품 매매업’을 들었다. 이 사장은 “국내에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가 생기면 신용부도스와프(CDS) 이자율스와프(IRS) 등의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장외파생상품 매매업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등 장외파생상품 중개업에 적극 나서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