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증권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은 1%가 안 될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증권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은 1%가 안 될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올해 증권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6.5%였는데 말이죠. 증권사가 살기 위해선 머리 싸매고 고객 수익률을 올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증권업무와 상품에 대한 규제로 어려움이 많아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60년 회갑을 맞은 한국 자본시장이 꽃을 피우기는커녕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꼽았다. 유 사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증권사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하며 금융당국도 과감한 규제 완화로 증권사들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400조원에 달하는 가계 금융자산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증권사들이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증권사 업무와 영업, 상품에 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정으로 업무 칸막이를 없애는 포괄주의를 도입했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게 유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부동산 담보신탁이 막혀 있듯이 새로운 업무를 하기 위해선 여전히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건전성 규제나 소비자 보호는 확실히 해야 하지만 업무에 관한 규제는 원래 자본시장법 취지에 맞게 문호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증권사의 건전성 기준이 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를 조속히 처리해줄 것도 호소했다. 그는 “NCR 자산의 계산 방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국민연금 등 공공기관의 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NCR 적정 비율인 150%보다 훨씬 높은 평균 5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연기금의 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유 사장은 증권업에 대한 규제를 은행업과 달리 접근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예탁금은 예탁원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증권회사 자체에 문제가 생겨도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증권회사 건전성에 대해 지나치게 규제한다면 자본시장 발전은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 스스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증권회사가 근시안적으로 외형을 키우기 위해 수수료 덤핑 경쟁을 한다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수익성은 추락해 공멸하고 말 것”이라며 “제대로 서비스하고 제대로 수수료를 받아야 재투자로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찾은 뒤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미국과 같이 고객 자산 기준으로 투자 자문료를 받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객이 상품에 가입해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증권사 수익은 고객 수익률과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고객의 위탁 자산에 대해 일정 수수료를 받으면 고객과 증권사의 이해가 같아진다는 설명이다. 유 사장은 또 철저히 내수산업에 한정돼 있는 증권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