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각종 예측 시즌이 돌아왔다. 2014년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증권사들의 예측포럼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주가 예측의 가장 큰 목적인 시장 안정과 투자자 안내판(guide)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는 1년 뒤에나 평가될 일이지만,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눈은 곱지 않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봇물 터진 '주가 예측'…2014년에는 얼마나 맞을까?
엇보다도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가도 다른 금융변수와 마찬가지로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 목적인 시장 안정과 투자자 안내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시장흐름을 좇아 사후적, 또는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증권 전문가들이 주가 예측을 자주 수정해 왔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다.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가 열리기 전만 하더라도 코스피지수가 연내 2000선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출구전략 추진이 연기되자 곧바로 2300선까지 갈 수 있다고 수정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게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도 국내 증시에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악습이라고 보고 있다. 군집성 주가 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주가 예측이 쏠리는 현상으로, 특히 국내 증시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예측관행은 예측자가 자신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이런 관행은 비단 주가 예측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서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은 증권사를 포함하면 약 80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에서 상하 0.5% 범위 내에 여전히 몰려 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 성장률을 내놓는 기관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밖에 없고, 한국은행이 틀리면 다 틀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증권전문가들이 성장률과 같은 실물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 주가는 다른 변수와 달리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그런 만큼 주가 수준보다 투자 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추세전환 예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신경망 등이 활용된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증시 등 추세전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서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볼 때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 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변동을 예고한다. 최근 들어 주가가 경기에 3~6개월 정도 앞서가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단기선행지수는 곧바로, 장기선행지수는 6개월 이전부터 주가흐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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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심한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사이클연구소인 에크리(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착공건수와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 신규주문건수와 주간평균 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인플레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가장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선행지수로 가장 많이 활용돼온 엔달러 환율, 국제유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스프레드 등은 갈수록 선행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그 대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 등은 금융위기 이후 선행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예측자 자체적인 함정도 많다. △트렌드 분석에 따른 함정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 △고정관념 함정 △자기 과신 함정 △기억력 함정 △신중함 함정 △증거확인 함정 등 이른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가 예측이 가장 빗나간 두 사람에 대해 비꼬는 용어이긴 하지만, 국내 주가 예측자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를 위해 새로운 주가선행지수를 개발해야 할 때다. 그중 하나가 한국경제신문의 1면 톱에서 다루는 경기관련 기사다.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주가선행 정도를 추정해 보면 3개월 정도로 나온다. 한경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우리 경기와 주가가 어떻게 흐를 것인지에 대한 감(感)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