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실적 이렇게 좋을 줄이야 … 글로벌 경제 안 좋은데 엔저 · 내수 회복으로 살아나

전자기기 및 자동차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 높아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올 3분기 미국과 한국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 회복과 엔저 현상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상장기업 1500개 사의 일본 회계기준 2014년 3월기(2013년 4월~2014년 3월)의 경상이익은 약 28조5000억 엔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의 90%선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익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전자기기 및 자동차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인 파나소닉은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떠뜨렸다. 올 4~9월기 연결기준 손익은 1693억 엔 흑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3조7063억 엔, 영업이익은 68% 늘어난 1465억 엔을 달성했다.

2014년 3월기의 최종 손익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인 500억 엔 흑자를 1000억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사업의 저조한 실적을 가전과 주택 및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으로 메웠다" 며 "개선 과제로 꼽혔던 TV사업은 4~6월에 4억 엔, 7~9월에 32억 엔으로 2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도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높혔다. 이 회사는 2014년 3월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50% 증가한 29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예상치는 2600억 엔 수준이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플래시 메모리의 성장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4~9월기 매출은 13% 증가한 3조392억 엔, 영업이익은 54% 뛴 1055억 엔을 기록했다.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과 간사이전력, 세키스이화학공업도 영업이익을 상향 조정했다.

전문들은 일본 기업의 호실적 이유로 '엔저'를 꼽았다. 엔저 현상으로 수출 중심의 제조업 경기가 회복됐다는 것. 제조경기 회복은 소비를 자극해 내수기업에도 호재가 됐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수출 호조와 내수경기 회복으로 일본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며 "주가 상승으로 탄력이 붙은 소비에 이어 엔저로 기업의 설비투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