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변심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 25일.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중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지난 8월23일 이후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뒤 첫 순매도 사례였다. 장중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서긴 했지만 외국인은 이후에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9일에도 외국인은 장중 '팔자'로 태도를 바꿨다가 이내 '사자'로 돌아왔다.

30일엔 외국인이 매도세로 장을 출발했다. 순매수 행진 44거래일 만의 일이다. 이날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장을 마칠 경우 43거래일 간 이어왔던 매수세가 끝난다. 오전 10시30분 현재 외국인은 1113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수 동력이 사라질 경우 코스피가 박스권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계기로 한국을 떠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외국인은 1060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며 "과거 패턴대로라면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42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61.70원. 연중 최고치였던 6월24일 1161원에 비해 8.6% 하락한 수치다.

정준섭 동양증권 연구원 역시 “당분간 외국인이 대규모로 ‘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현물의 경우 환율 수준이 부담스런 수준에 도달했다"며 "11월은 외국인의 배당투자 강도가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50∼1050원대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도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소 주춤할 수는 있어도 외국인의 긍정적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수급 강도는 약해질 수 있지만 ‘바이 코리아’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미국 주식을 사기엔 부담스럽고 많이 오른 일본이나 다른 신흥국 주식을 매수하기엔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