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호텔롯데 등 자산 1조 넘는 非상장사, 반드시 회계법인서 감사 받아야

금융위원회가 28일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방안에서 유한회사와 비영리법인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하고 대기업 비상장사의 회계감독 수준을 높이려는 것은 이들이 외부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회계투명성 면에서 일정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한회사, 비영리법인, 비상장 주식회사는 감시망이 제대로 닿지 않아 회계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 감사가 의무화될 유한회사가 1500여개에 달하고, 외국계 법인이 많아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유한회사 1500여개 대상

금융위원회의 이번 방안에 따르면 유한회사 1500여개가 외부 감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경제성장 등 여건 변화와 중소기업 경영사정을 감안해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 대상을 현행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유한회사 외부 감사 기준을 주식회사와 똑같이 적용할 계획이다. 이 경우 대상 유한회사는 15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태종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외부 감사 회피 등을 위해 주식회사 대신 유한회사를 설립하거나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바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부 감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꾼 곳 중에는 루이비통코리아, 휴렛팩커드, 스태츠칩팩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회사가 많다. 서 국장은 “유한회사에 대해 회계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지, 외국법인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상장 기피 대형사도 겨냥

비상장 주식회사의 경우,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대형 회사에 대해 회계법인 감사를 의무화한다. 작년 말 기준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는 201곳이다. 삼성디스플레이, GS칼텍스, SK에너지, 호텔롯데, 현대오일뱅크, 삼성에버랜드 등이다. 금융위는 “대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고, 비상장사는 회계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는 감사반(공인회계사 3명 이상이 등록한 단체)이 아닌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회사가 외부 감사인을 부당하게 교체할 수 없도록 상장회사처럼 3개년 연속 똑같은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또 회계감리도 금감원이 직접 실시키로 했다. 그만큼 대형 비상장사의 회계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회계투명성 개선 여부 관심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면서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을 ‘영리법인 등의 회계 및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바꾸기로 했다. 내달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연말까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협의를 마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WEF가 최근 평가한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작년 세계 75위에서 91위로 16계단 낮아졌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