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株 vs 내수株, 상승공식 정답이 없다
‘내수주냐 수출주냐.’ 향후 증시 주도주를 놓고 전문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내수주 강세가 두드러졌고, 하반기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에 힘입어 경기민감주 성격의 수출주 반등세가 강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폐쇄) 기간이 1주일을 넘어서면서 주가흐름이 예측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달 들어 내수주 강세현상이 재현되는가 싶더니 8일 증시에선 수출주 초강세·내수주 초약세장이 펼쳐졌다. 전문가 시각도 미국 정치 불확실성에 따라 대외변수에 덜 민감한 내수주가 유망하다는 의견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경기민감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대결

이달 들어 증시에서 내수주(방어주)와 수출주(경기민감주) 주가흐름이 뚜렷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증시에선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 등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주춤했던 수출주의 대반격이 일어났다. 현대중공업이 4.09% 뛴 것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3.97%), LG화학(3.90%), 만도(2.85%), 현대차(2.42%)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상위종목을 휩쓸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장려금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규제 악재가 부각되면서 내수주 대표주자인 이마트(-4.20%), GS리테일(-3.13%) 등 유통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관광개발(-7.43%), 사조오양(-2.57%), 샘표식품(-2.55%), 마니커(-1.48%) 등 내수소비주도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이달 들어 지속되던 내수주 강세·수출주 부진 국면이 하루만에 확 뒤바뀐 셈이다.

내수주와 수출주 간 주도권 싸움은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이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CJ CGV, 오리온 등 내수주 위주 장세가 진행됐다면 하반기 들어선 자동차·철강·조선·화학 등 경기민감 수출주의 반등이 눈에 띄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이후 지난 7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상위종목은 두산인프라코어(40.65%), 현대중공업(40.55%) 등 경기민감주 성격의 수출주가 대거 차지했다. 10월 이후로는 동원수산(31.36%), 마니커(5.97%), 비상교육(5.19%), 삼성화재(4.64%) 등 내수주 위주로 판도가 바뀌었다.

◆양분된 전망

증시 전문가들의 주도주 전망도 전체 시장을 보는 그림에 따라 ‘내수주파’와 ‘수출주파’로 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의 강도와 회복시점, 고평가 여부 판단에 따라 선택이 다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주는 자체 동력으로 상승하는 ‘능동매매’가 아니라 경기민감주 전망 변화에 따른 반사매매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며 “실적시즌에 일부 수출주 성적이 부진하고 동양사태 등으로 일부 자본재에 대한 불안이 커졌지만 모두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그동안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충격이 적은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결국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인 만큼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매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주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전망 기대치가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며 “이날 수출주의 반등은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한 것으로 당분간은 수출주 대신 내수주로 갈아타는 게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수출주가 막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쉬어갈 수밖에 없다”며 “외풍이 적고 배당기대도 있는 필수소비재와 유통, 통신 등 내수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정석”이라고 거들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